좋아하는 계절 1위와 2위를 다투는 계절이 바로 봄과 가을, 가을과 봄이죠. 그래서 그런지 봄도 바로바로 오기가 쉽지 않고 가을도 직진으로 빨리 오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우리네 봄 앞에는 겨울 찬기운이 길게 남아 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있고, 북아메리카 가을 앞에는 또 여름 뜨거운 기운이 뒤늦게 등장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봄과 가을을 부러워하는 추위와 더위 얘기, 함께 해 보겠습니다.
꽃샘추위
소한 추위만이 아니라 꽃샘추위도 꾸어다 해도 한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굳이 없어도 되는 것들은 꼭 이렇게 빌려서라도 하네요. 겨울철 그렇게 득세를 했던 아시아 대륙의 시베리아 고기압, 봄이 되면 서서히 약해지겠죠. 찬 기운이 힘을 잃으면서 지표면도 점점 더 따뜻해지는데요, 그에 반해 위쪽 대기는 여전히 차가운 공기가 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3월 시작됐다고, 꽃봉오리가 살짝 트인다고 찬 기운이 한순간에 싹 이동하는 건 아니니까요. 어쨌든 아시아 대륙 지표면이 데워지면 저기압이 발생하고, 그 저기압이 위로 올라가 우리나라로 이동하게 되면서 비도 꽤 내리게 됩니다. 그렇게 저기압이 비를 뿌리며 우리나라를 통과하고 나면 북풍의 바람과 상층부의 찬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기온이 뚝 떨어지는데, 바로 이 현상을 가리켜 우리는 흔히 꽃샘추위, 시샘추위라 부릅니다. 보통은 3월부터 시작해 늦게까지는 5월까지 시샘을 부리게 되는데요, 때로는 4, 5월에 눈까지 내린 기록도 있습니다.
인디언썸머
우리에게는 없는 용어이긴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가을 앞두고,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경우 흔히 보게 되죠. 추석 명절 음식도 더운 날씨에 쉽게 상할 수 있다, 조심해야 한다, 이런 얘기도 갑자기 생각나고요. 어쨌든 인디언썸머는 북아메리카에서 흔히 듣는 말이라고 하는데요, 학문적인 용어로는 second summer라고 합니다. 가을이 한창이라 여길 때, 즉 첫서리가 내린 이후에까지 비정상적으로 후끈한 날씨가 지속되는 기간을 말하는데요, 우리의 꽃샘추위와 진짜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디언의 땅인 아메리카 대륙에서 흔히 불리는 말이지만, 사실 이 같은 현상은 유럽에서도 장기적인 고기압의 지배가 등장하면서 10월과 11월에 일시적으로 따뜻한 날씨가 자주 등장을 해 왔다고 합니다.
'꽃샘'은 괜찮은데, '인디언'은 사라질 듯
앞서도 언급했듯이 꽃샘이나 시샘추위라는 말은 얄미운 듯, 이쁜 듯, 참 잘 만든 용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인디언썸머는 사용하지 말기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예상하시듯이 바로 인종 차별적인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인데요, 과거 식민지 시절 있었던 인디언의 대량학살만 생각해도 일부 수긍이 가는 문제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인디언썸머라는 용어 자체에 차별이나 비하 등의 의미가 담긴 건 아니겠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인디언이라는 말을 따로 붙여 사용하는 경우를 줄이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인디언썸머는 영화로
날씨와 관련한 이쁜 말들은 영화제목에도 많네요. 앞서 '파랑주의보'라는 영화도 있었는데, '인디언썸머' 역시 2001년 개봉작인 국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박신양, 이미연 주연의 멜로 영화로 남편을 살해한 여인과 그 여인의 국선변호를 맡은 변호사 사이 안타까운 사랑을 담은 법정 드라마 형식의 영화라고 하는데, 줄거리와 배우 이름을 듣고 보니, 너무 한참 전 영화 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찾아서 봐야겠구나, 하는 그런 마음이 살짝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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