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과 날씨

'파랑' 아니고 '풍랑'입니다

weather-하늘맑음 2024. 2. 23. 13:11

'파랑주의보'라는 영화, 혹시 기억하는 분들 계실까요? 찾아보니까 2005년 개봉했습니다. 차태현, 송혜교 주연의 멜로 영화,  저는 보지는 못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기상청 예보에서 '파랑주의보'가 등장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듣기 힘들죠. 알고 보니 파랑특보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풍랑특보로 바뀌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풍랑특보 안에는 어떤 내용들이, 어떤 범위까지 포함되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풍랑은 바람이 만드는 파도

파도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조류도 있고, 해류도 있고, 그 외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원인은 바람입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풍랑은 오로지 바람에 의해 일어나는 파도를 이르는 말입니다. 비슷한 단어로 너울이 또 있는데요, 너울 역시 바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저 멀리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풍랑이 옆 지역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하거나 바람이 사라진 후 남아있는 물결이 밀려오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파랑은 바람으로 만들어진 풍랑과 너울을 종합적으로, 폭넓게 이르는 말입니다. 품으로만 보면 파랑이 풍랑보다 훨씬 넓은 말이긴 하지만  2004년 여름부터 특보 기준이 바뀌면서 '파랑특보'는 날씨예보에서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습니다.

 

 

'파랑주의보'는 왜 사라졌나

2004년 7월, 특보기준이 바뀌기 전까지는 육상과 해상에, 최대 풍속을 기준으로 발표하는 폭풍특보가 있었고, 큰 바람 없이 해상의 파도를 기준으로만 발표하는 특보로 파랑특보가 있었습니다. 바람은 육지든 바다든 폭풍특보로 발표했고, 바다의 파도는 파랑특보로 발표를 했다는 건데, 2004년 그해 여름부터 폭풍특보와 파랑특보가 사라지고, 육상의 바람 관련 특보는 강풍특보로 변경하고, 해상은 바람과 파도를 더해 풍랑특보로 바꾼 겁니다. 풍랑보다 '파랑'이라는 이름이 더 이쁘다고, 누군가는 강변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파도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 바람이라고 하니까요, 해상 날씨 특보 역시 바람과 파도를 더해 풍랑특보로 발표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풍랑특보는 언제 발표되나

풍랑특보 역시 다른 모든 특보가 다 그렇듯이 풍랑주의보와 풍랑경보로 나뉩니다. 주의보는 풍랑으로 인해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때, 경보는 중대한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각각 발효됩니다. 구체적인 기준을 보자면, 풍랑주의보는 풍속이 초속 14m 이상이 3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유의파고가 3m 이상 예상될 때, 풍랑경보는 풍속이 초속 21m 이상이 3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유의파고가 5m 이상이 예상될 때 발표됩니다. 여기서 유의 파고란 가장 높은 파고부터 1/3 높이 파고의 평균을 이르는 말로, 쉽게 말해 일정시간 동안 발생한 파고의 평균값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그러니까 평균값으로 볼 때 유의파고가 3m라고 하면 최대 파고는 그 보다 1.5배에서 1.6배 정도 더 높다고 보면 된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라면, 바람은 초속 14m 이상, 우산을 쓸 경우 자칫 뒤집어질 수 있는 강도의 바람이고, 유의파고는 3m, 즉 아파트 2개 층높이 정도의 파도가 치는, 상당히 험한 바다라는 거죠. 아무리 바다낚시가 고파도 풍랑특보가 내려졌을 때는 절대 바다 근처에도 가면 안 되겠습니다.

 

 

영화 '파랑주의보'는 어떤 내용

말 나온 김에 영화 '파랑주의보' 얘기, 조금만 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동갑내기인 수호와 수은의 사랑 이야기로 첫사랑의 설렘과 아름다움을 담았다고 하는데, 추천작으로 소개하는 영화팬들은 많지 않은 듯 합니다, 두 배우의 팬들도 그다지 환호하는 것 같지도 않고요. 그래도 어쨌든 차태현, 송혜교, 두 배우가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등장하는 풋풋한 모습과 누구에게나 추억 깊은 첫사랑의 떨림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영화인 것만은 틀림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기상현상인 '파랑'과는 진짜 별 관련이 없을 것 같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