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 '번쩍', 벼락이 무서워요
지난주 인도네시아 축구 경기 중 '번쩍' 벼락이 떨어져 축구 선수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하지만, 이전 기록을 살펴보면 2004년 중국 축구장에서도 훈련 중 선수가 벼락을 맞아 숨졌고, 지난해 2023년에도 브라질에서 축구 경기 중 벼락이 떨어져 한 명이 숨지고, 다섯 명이 다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여름 양양의 한 바닷가에도 벼락이 떨어져 한 명이 목숨을 잃었고, 페루에는 현재 벼락 주의보까지 내려졌다고 합니다. 새해 들어서만 벌써 벼락으로 다섯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해요. 벼락 맞을 확률이 로또 당첨보다 더 높다고 하던데, 아닌 건지.... 벼락 얘기, 함께 해 보겠습니다.
벼락은 전기에서 시작해요
천둥, 번개는 여러 종류의 기상현상 가운데서도 전기에 의한 현상입니다. 불안정한 대기에서 강한 대류현상이 일어나면 구름 속에서 양의 전하와 음의 전하가 나눠지는 전기장이 만들어집니다. 이 전기장 속에서 방전현상이 발생하면서 강력한 빛과 높은 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생기는 강력한 빛이 바로 번개이고, 높은 열은 천둥으로 이어집니다. 발생하는 열이 태양표면보다 5배나 뜨거운 최대 3만 도라고 하는데요, 이 열이 대기를 순간적으로 팽창시켜 폭발적인 소리인 천둥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번개는 번쩍하는 빛으로 우리의 시각에 들어오는 거고요, 천둥을 우르릉 쾅쾅하는 소리로 우리의 청각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전체 번개 가운데 25%가량이 땅으로 떨어지는데, 이게 바로 오늘의 주인공 벼락입니다. 땅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구름의 아래쪽은 음 전하를 띠고, 지표면은 양 전하를 띠면서, 전압이 높아지면 구름과 지표면 사이, 아주 짧은 시간에 전류가 흐르게 되는 겁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누구나 다 아는 우리 속담이죠. 벼락은 번개에서 시작되고 번개는 보통 비가 와야 번쩍하는 걸로 많이 알고 있는데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속담, 예기치 못한 불행한 일이 발생했을 때라는 일상의 상황을 담은 말이기도 하지만, 과학적으로도 절대 틀린 말이 아닙니다. 물론 비 없는 번개나 벼락, 드물긴 합니다만, 대기 불안정에 의해 소나기 구름이 발달하는 경우 중에서 빗방울이 땅에 떨어질 만큼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면 비가 오지 않아도 방전현상이 일어나면서 천둥 번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해요. 그러니까 우리 일상에서도, 기상현상에서도 마른하늘에 날벼락은, '있다'가 정답인 셈이네요.
로또 당첨보다 높아요
그렇네요. 앞서 시작하는 문단에서 '벼락 맞을 확률이 로또당첨 확률보다 높다고 하던데, 아닌건지...'라고 언급했는데 진짜 아니었습니다. 지구상 인구가 80억 명에 가까운데 연간 번개로 사망하는 사람이 1000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80억이라는 분모 수가 크긴 하지만 사망자수 역시 적은 건 절대 아니죠. 6개 번호로 1등을 가리는 로또의 경우, 45개 숫자로 6개 숫자를 조합하는 방법이 800만개 이상이라고 하니까요, 로또 당첨 확률은 800만 분의 1, 벼락 맞을 확률이 훨씬 크죠. 물론 로또를 얼마나 자주 구입하는지, 또는 유난히 벼락이 잦은 지역에 사는지 아닌지, 또 계절인 언제인지 등 다른 변수도 존재합니다만, 어쨌든 수시로 벼락 뉴스가 등장하는 배경에는, 확률도 한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축구장, 해변도 위험해요
벼락은 뾰족 튀어나온 곳을 좋아합니다. 산 정상의 암벽 위나 키가 큰 나무 밑, 텐트 안도 위험 순위 상당히 높은 곳으로 꼽히고, 우산이나 골프채처럼 뽀족하고 긴 물건도 몸에 멀리하는 게 좋습니다. 천둥, 번개 치는 날 우산을 멀리하라니, 어이없기도 합니다만, 특히 번개가 번쩍한 후 천동소리가 바로 들렸다면 벼락이 가까이에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외출을 삼가는 게 좋습니다. 빛의 속도는 30만 km, 소리의 속도는 0.3km 정도인데, 번개의 빛과 천둥의 소리가 거의 동시에 보이고 들렸다면 상당히 가깝다는 의미가 되겠죠. 번개와 천둥소리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벼락 역시 더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축구장이나 해변 백사장처럼 아무것도 없이 평평한 곳에 벼락이 떨어지는데 사람이 있다면, 서 있는 사람 자체가 뾰족한 곳이 되기 때문에 사람에게 벼락이 내려올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바닷물 속에 있으면 오히려 안전합니다. 넓은 바다표면으로 전기가 흘러서 물속은 전압이 굉장히 약해지기 때문에 벼락이 떨어져도 바닷속 물고기들은 안전한 거라고 하네요. 반대로 요트나 배를 타고 있는데 벼락이 떨어진다면, 바다표면으로 전기가 흐르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합니다. 어쨌든 축구장도 좁은 곳은 아닌데 어떻게 떨어져도 꼭 사람에게 떨어지는지 라는 한탄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축구선수들의 벼락 피해가 올해도 또 이어졌나 봅니다.